최근 내가 살던 옛 동네에 방문했다.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지만 그 동네를 떠난 지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어려서 뛰어놀던 놀이터는 주차장으로 변했고,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은 도로가 되었다. 어렸을 때 집 뒤뜰에 옆집 언니와 같이 타임캡슐을 묻었었다. 나는 그 안에 그 당시 유행하던 마시마로 피규어와 편지를 넣었고 옆집 언니는 아마 팔찌와 편지를 넣었던 거로 기억한다. 편지는 서로에게 쓰고 넣었는데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네가 재개발될 거라는 말에 다 같이 이사를 했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갈 수 있다는 기쁨에 타임캡슐은 기억에서 잊혔다. 그러고 갑자기 예전 동네를 지나가는데 저 도로 밑에 우리의 타임캡슐이 꺼내지지 못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뭔가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사라진 공간이지만 아직 내 기억 속에는 또렷하게 들어있다. 아마 공간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 들이라면 이 전시가 의미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드립니다. 무료이기도 하고 나이 제한이 없어 아이들과 방문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젊은 사진가 포트폴리오의 선정 작가인 정승원, 정지현의 단체전을 MoPS 한미사진미술관 삼청 별관에서 8주간 선보인다. 동시대 30~40대 국내 작가의 작업 행보를 면밀히 검토하고, 지속적인 협업과 지원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각각 런던과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정승원과 정지현은 사진을 주 매체로 삼은 동시대 작가다. 피사체로 삼은 대상은 상이하지만, 작업 안에서 주제화하는 개념, 개념을 풀어내는 방식, 사진을 중심으로 하되 매체 확장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점 등 여러 등위에서 교차하는 두 작가는 작업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동시대 작가의 다각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대변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정승원의 <Memories Fullof Forgetting>과 <Blak> 연작은 우리가 공간에 관하여 기억과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주목한 작업이다. 시간이 흘러 왜곡되거나 소실되고 재편되는 기억을 직물과 사진을 이용한 설치로 구성했다. 작가의 기억 속에 큰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일상의 좌표가 된 장소를 사진 촬영한 후 직물에 프린트하고, 기억이 서서히 소실되듯 직물의 실을 한 올 한 올 뽑아 그 형태와 이미지를 변형시킨다. 우리가 기억이라 부르는 것이 풀린 실오리처럼 원형과는 다른 무엇의 집합체임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집을 나서면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던 큰 나무의 몸통을 부분 촬영한, 총 54점으로 구성된 <Bark> 연작은 이미지가 프린트된 직물의 실을 늘어뜨리거나 다시금 바느질하는 행위를 더해 왜곡된 기억이 불완전한 채로 재구성되는 지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늘어지고 휘어진 사진들은 손에 잡히지 않고 가변적인 기억을 시각화한 동시에 직물과 만나 유연해진 사진의 매체적인 가변성과 유연성을 부각한다. 정지현은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 개발로 인해 변화하는 도시공간에 주목해온 작가다.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된 신도시 건설 현장이나 재개발 구역의 철거 현장에 들어가서 건축 과정에 직접 개입하며 도시와 건축물이 변화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근작 <Reconstruct> <Construct> <Construction Site>은 신축, 리노베이션 현장에서 공간을 구성하던 구조물과 그 공간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연작이다. 건축현장에서 정지현이 수집하고 일시적인 구조물로 재배치하여 기록한 건축자재와 폐기물들은 신속성과 효율성이 우선인 건축 공정에 따라 점점 더 얇고 가벼워지며 조립과 해체가 용이한 현대 건축자재의 특성을 드러낸다. 일반인에게 차단된 공사현장에 들어가 작가가 직접 그 공간과 구조물에 일시적 변형을 시도한 첫 연작 <Construction Site> , 이 개입의 과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현대 건축의 중간과정과 그 이면을 보여준 <Construct>와 <Reconstruct> 는 설치 혹은 퍼포먼스로 읽힐 수 있는 작가의 직접 개입 행위와 이를 기록한 사진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두 작가는 공통되게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 즉 기억과 공간의 순환성에 주목한다. 시간의 흐름 안에서 사라지고 거듭 태어나는 기억과 공간의 일부를 사진 이미지로 고정시키는 것이 이들 작업의 핵심이다. 이들은 그동안 인지하지 못한 '숨겨진 과정의 마디'를 구체물로 가시화시킨다. 정승원에는 시간이 흘러 실오리가 한 올 한 올 풀리듯 의식하지 못한 사이 기억이 왜곡되고 소실되며 재편되는 순간이, 정지현에게는 건축물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어느새 우뚝 세워지는 가속의 스펙터클에 가려진 건설현장의 모든 중간과정이 숨겨진 과정의 마디에 해당한다. 망각되어버린 과정의 마디를 복원하고 드러내기 위해 두 작가는 사진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제작 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짜인 작물을 뜯거나 바느질하고, 건축자재와 폐기물을 구조화한다.    

 

 

-한미사진미술관 전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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